연애는 안하지만 내가 연애하는 것 처럼 읽게된 작품이에요~
글들이 정말 주옥같았습니다요 (gamj****)
너무나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지아의 상황과 생각들이 공감 되었고
빈이의 성격과 사랑스타일을 동경했었죠
첫화부터 마지막화까지 읽어나가는 그 순간순간들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calm****)
읽기 불편할 만큼의 너무 처절한 현실감을 느끼면서도
결국 해피엔딩을 바라게 되더라구요.
글 한줄한줄에 따끔따끔 했지만
정말 많이 공감하고 반성했습니다.(iyri****)
여자들의 사랑과 거기에 얽혀있는 복잡한 심리들을 섬세하면서도
명쾌하게 짚어내시는 작가님의 필력에 놀라고 감동했어요~ 많이 깨닫고 배우고 갑니당!
완전 제 스타일 이야기♥ 한글자한글자 정성들여 읽었어요. (suhy****)
다른 어떤 로맨스소설보다 밑에분 말처럼 일기 쓰듯 내얘기인듯 하는 그런 문체가 첫눈에 반할정도.
저는 첫화읽자마자 아,이거다! 하는 느낌이였어요. (dig0****)
블컨 읽으면서 제일 기억에 남는건 역시 '공감'이었던 것 같아요
딱 어떤 한쪽이라기보다는 .. 누구나 지아같은 때도 있고 빈이 같은 때도 있고...
또 주변에 꼭 닮은 그런 친구들도 있고;;
소설 보다는 정말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와닿았어요~ (silk****)
한번 댓글 달아보질 못했어요. 지아처럼 연애하고 지아처럼 헛남자 꼬이다 한번 제대로 빠지면 빈이처럼 연애했으니까. 읽을때마다 쿡쿡 찔려서,
그냥 내 일기에 댓글다는 느낌이라 한번도 달 수가 없었습니다. (sa_h****)
남자들은 죽어도 모르는 여자들의 누드 토크,
이제부터 20대 여자들의 현실과 속마음을 모두 파헤치는
리얼 연애 스토리가 시작된다.
섬세하게 20대 여자들의 삶을 전하는 깨알 같은 디테일,
누구에게 빙의하고 보아도 내 모습을 발견할 수 밖에 없는
공감대 천프로의 스토리,
버라이어티 같은 감각적인 문체,
속마음을 모두 들킨 것 같은 짜릿한 소설이 온다.
소설 <블러셔와 컨실러>는 네이버에 연재되었던 천지혜의 첫 장편소설이다.
20대 여자가 겪고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섬세한 시선으로 지켜보면서 여자 자신도 몰랐던 연애 심리를 모두 파헤쳐보는 꽤나 '발칙한' 소설이다.
1편에서는 지금 연애를 하고 있는 두 20대 여자를 붉게 어필하는 블러셔(볼을 붉게하는 화장품)과 속마음을 감추는 블러셔(잡티를 감추는 화장품)에 비유해 극과극 연애의 양면성을 현실감 넘치게 담아냈다.
2편에서는 블러셔 여자와 컨실러 여자의 역할 바꾸기를 통해서
연애의 또다른 이면을 깨닫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공감대 넘치는 스토리라인, 버라이어티같은 감각적인 문체로 네이버에 연재되었던 소설 중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짜릿한 소설이라는 평을 받았다.
금사빠와 원나잇을 넘나드는 웹디자이너, 심지아. 롤러 블레이드를 탄 듯 소개팅을 섭렵하는 그녀는, 독립투사 같은 불굴의 의지로 낭만적인 사랑의 상대를 찾는다. 지리한 전쟁같은 업무와 불금의 무한 레이스에도 불같은 카톡 스캔으로 남자들의 연애 상태 업데이트를 멈추지 않는데… 볼을 생글 생글하게 밝히는 블러셔같은 그녀, 그런 그녀에게 우유에 젖은 카스텔라같이 영혼이 녹아 드는 연애가 찾아온다.
희생 정신으로 똘똘 뭉친 트리플 A형 바리스타, 김빈. 사랑에 필요한 믿음, 인내심, 이해심, 배려 모두 갖춘 순정파 그녀는 3년 사귄 장기 연애를 뚝배기같이 이어가고 있다. 항상 속마음은 숨기고 감추는 컨실러같은 그녀, 마음 속 엉킨 실타래를 품고 사는 그녀에게 3년 연애의 위기가 찾아 오는데…
게임 트리플 콤보처럼 세 남자에게 까인 심지아는 본격적으로 개념을 두고 다니고, 상의도 없이 지방 발령을 결정한 남친 때문에 김빈은 속이 썩는다. 둘은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제주도로 힐링 여행을 떠나는데… 오히려 빈은 제주도에서 다시 한 번 사랑이 자연사했음을 느낀다. 지아는 이번엔 옆 방에서 만난 펀드 매니저를 꼬시려 하지만 기존 방식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답 안 나오는 연애의 방황에 빠진 그녀들, 그런 지아는 빈에게 ‘연애 스위치’를 제안 하는데… 시크릿 가든처럼 서로의 모든 연애 방식과 영혼까지 모두 바꾸기로 한 것이다. 그녀들은 그렇게 지금껏 가져왔던 각자의 연애관에 대해서 진지하게 돌아보게 된다.
웹에이전시의 을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매일 매일 전투 병력이 되어 태산 같은 업무들을 처리하는 평범한 우리 시대 직장인데…
전 남친과 헤어진 이후로 일신상의 변화가 필요해 독립문 쪽 빈의 집으로 들어왔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뜨거운 낭만주의자이지만 떠난 사람은 더 이상 잡지 않겠다는 냉각수 같은 쿨함을 지녔다.
지금껏 남자친구가 없었던 적이 없어 완벽하게 둘에 맞춰진 삶을 살았기에, 솔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카페 오너이자 바리스타. 친오빠와 카페를 같이 운영하다가 오빠는 다른 일로 그만 두고 혼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3년된 남자친구가 있지만 항상 그에게는 서운한 감정만 든다. 가끔 사랑에 목메는 쿨하지 못한 나의 모습 때문에 그 자체로 화가 날 때가 있다.
누군가가 마음속에 들어와 사랑이 되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 속에 내보내는 것도 어렵다. 항상 신중하고, 어떤 것이든지 평균을 찾는다.
지방 소도시의 호텔리어로 근무 중이다. 지아와 대학교 3학년 때 영어학원에서 같은 팀을 했던 사이. 페북 친구 신청한 게 인연이 되어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마치 프랑스 모델 같이 마른 그는 여자의 평범한 일생에 단 한 명 꼽을 수 있는 때깔 좋은 훈남이다. 여자가 듣고 싶은 언어로 연애를 하며, 한 달 동안 자지 않겠다는 지아를 섹시함으로 무너뜨린 남자다.
원두 유통을 관리하는 직장인. 빈과 바리스타 학원에서 만났다. 초반엔 얼굴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조용한 인상이었지만 빈을 소소하게 챙겨주면서 호감을 키워 나간다. 까칠하고 도도하고 가끔은 따로 떨어져 있는 행성처럼 보이지만, 빈에게 보이는 결정적인 스위트함이 사랑을 시작하게 했다. 하지만 사귀고 나니 고칠 수 없는 귀차니즘과 무신경함이 탑재되어, 빈을 마음 고생시킨다.
여의도 증권가 근무. 공부 잘하게 생긴 스타일. K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MBA를 마친 수재이다. 외국인 투자 관련 부서에서 일하며 펀드매니저는 아니지만 지아와 빈에게 대충 펀드 매니저로 불린다. 일, 운동, 낚시, 자전거 이 정도로 인생이 압축되는 자칫 단조로워 보이는 인물. 쉽게 여자에게 반응하지 않으며 진중한 사랑을 추구한다.
온라인 광고 대행사 근무. 빈과 클럽에서 만났다. 쌍꺼풀 없는 눈과 쭉쭉 뻗은 몸매에서 묘한 날티를 풍긴다. 주위 형들 역시 잘 노는 사람들이고, 여자를 많이 만나본 것 같은 인상을 주는데... 남자친구가 있다는 빈을 포기하지 않고, 빈이 원하는 감각적인 연애를 해 나간다.
지아의 대학 후배. 키가 크거나 잘생긴 편은 아니지만 방금 제대한 만큼 새로 생긴 근육도 있고, 어린 애들 특유의 허세기도 있다. 먹성도 좋고, ‘누나 누나’하는 모습이 귀여워 모성애를 자극한다. 마냥 어리게 보이지만, 나름 개념을 갖추고 중심을 잡고 있다.
지아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개발자. 나이에 비해 탈모가 빠르고 아저씨 같은 몸매다. 똑똑한 척은 혼자 다하지만, 눈치 없는 행동과 개념 없는 말로 지아를 폭발하게 하는 인물. 자꾸 지아를 챙기는 것조차 짜증나게 한다.
“이건 조금 싸워도 세시간짜리다.”
격정과 혼란의 솔로 월드를 살고 있는 지아는 끊임없이 낭만적인 사랑을 꿈꾼다. 이미 남자친구과 헤어짐을 느낀 빈은 혼자 더 커져버린 사랑에 어쩔 줄을 모르는데… 이 소설은 연애를 해 본 여자라면 누구나 겪어 봤을 것 같은 ‘순간적으로 다가온 사랑’ 그리고 ‘애정의 자연사’ 등 공통적인 감정의 소재를 다룬다.
나와 연락 패턴이 맞지 않는 남자는 자신에게 맞게 길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여자가 남자를 더 많이 사랑할 때 여자는 사랑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 일상을 공유하지 않는 남자친구에 대한 서운함 등 디테일한 연애 감정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내려고 했다.
“그가 왜 내 불 같은 카톡 스캔에 걸리지 않았을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들, 그 시대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불 같은 카톡 스캔, 소개팅의 공식, 불금의 정의, 서울의 흔한 데이트 장소 등 공감할 수 있는 코드에서 더 나아가 키스 횟수의 평균이 궁금한 여자의 심리, 바쁠수록 인터넷 쇼핑하는 심리, 쇼핑할 때 마다 살짝씩 다른 사람이 될 거라고 믿는 심리 등 여자들의 다양한 시대적, 심리적 공감이 담겨 있다.
이별한 여자가 손님으로 카페에서 우는 건 봤지만, 카페 주인이 우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항상 처리해야 할 업무가 바쁘고 고된 현대의 직장인들에게 연애가 자리하고 있는 위치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지아는 무거운 월요일 출근길에도 그의 생각에 기뻐하고, 주말에 만날 시간을 기다리며, 자신의 작업물을 보여주며 뿌듯함을 느낀다.
카페 오너인 빈은 헤어진 남자가 찾아왔을 때 펑펑 울다가도 주문이 들어오면 커피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하루는 전쟁 같고, 업무는 폭파 직전인 직장인들. 전투 병력처럼 숨가쁘게 일을 처리하면서도, 하나의 소중한 꽃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품고 있는 모습을 그려냈다.
“대가리에 렉걸린 새끼”
20대 여자들은 사랑하고 분노한다. 누군가 욕이라도 대신 해주어서 시원하게 감정 해소가 되길 바라는 20대 여자들에게 주인공은 통쾌한 대사들을 날린다. 전 남친은 당연하게 ‘개새X’로 지칭한다거나, 자존심을 상하게 한 남자에겐 ‘똥물 같은 새X’라고 내뱉는 등 화끈하고 시원하게 여자들의 분노를 가감없이 표출한다. 현실의 여자들이 수다 떨며 남자 이야기를 할 때 쓰는 입말 자체를 대사에 반영했다.
주인공은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뜨거운 욕망의 메시지를 시원한 대사들로 구사한다.
인턴 말단이 재벌 2세인데 자수성가하기까지한 회장을 사귀거나, 말도 안 되는 우연의 반복으로 썸씽이 생기고, 본인은 아이스같이 쿨한데 재벌남이 쩍쩍 달라붙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국엔 신데렐라가 되는 허무맹랑 판타지는 이 소설에 없다.
주인공들은 SNS, 학원, 학교 후배 등 실제 인연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이 세상에 잘생긴 남자는 얼마나 귀한지, 밤낮으로 일하면서 스위트한 연애를 이어나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본인 수준에 어느 정도 남자면 ‘득템’ 수준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주인공들. 백마 탄 왕자 판타지 없이도, 치열한 삶과 처절한 사랑의 스토리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지아와 유현이 사랑에 빠졌을 때 그 어떤 커플 남부럽지 않게 닭살 연애를 시작한다.
유현을 올려볼 때마다 거리에서 뽀뽀하고, 장거리 연애에 영상 통화를 하고,
서로에게 셀카 미션을 주며 아기자기하면서도 달달하게 연애를 유지해나간다.
신데렐라 판타지 대신, 여자들이 받고 싶은 충분한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그려낸다.
빈은 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혹시 남친이 집 앞을 찾아오지 않을까’ 지나가는 하얀 차의 번호판을 확인하고,
헤어진 기간 남자가 수척하고 피폐해졌기를 기대한다.
그 낭만은 곧 좌절되지만, 헤어진 후에도 사랑 받고 싶고 사랑을 확인 하고 싶다는 여자의 판타지는 그대로 그려진다.
지아는 유현과의 헤어짐을 예감하자마자 본능적으로 은총을 붙잡고 유현과의 부족한 사랑을 메운다. 이별의 애도 기간 따위는 갖고 싶지 않다며, 여러 남자들을 한번에 만나는데… 그녀에겐 사랑으로 상처받고 흔들리기 싫은 여자들의 심리가 기저에 깔려 있다.
빈은 한번 헤어져 보니 너무 힘들어서, 헤어짐의 데미지를 줄이기 위해 또 다른 연애를 시작하려 한다. 그녀에게도 이제는 너무 마음을 내보여 더 이상 감정을 다치지 않으려는 폐쇄적인 심리가 담겨 있다.
여자들은 일과 삶을 분리하지 않는다. 제주도에서 최악의 상황에 치닫지만 ‘펀드매니저’라는 남자에 다시 촉을 곤두세운다거나, 긴긴 밤 섭섭한 남자친구를 생각하며 밤새 눈물을 흘리는 그녀들에게는 그래도 연애가 인생의 전부이다.
어떤 난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가슴 설레이는 로맨스를 꿈꾸며, 사랑에 빠져있기를 바라는 그녀들은 어쩌면 진짜 연애를 해 본 모든 여자들의 공통된 바람을 담은 인물들일 것이다.
가벼운 연애, 진중한 연애… 그 어떤 것에도 답은 없다. 지나치게 쿨하려고 노력했던 지아는 연애의 좌절로 속 깊은 자기 반성에 들어가 한차례 더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작은 것에도 예민하게 굴던 빈은 있는 그대로의 본인을 사랑해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나, 연애의 감정 불균형을 해소한다.
그녀들은 나름대로의 연애 콤플렉스의 치유를 통해서 다음엔 더 나은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단단하게 얻어나간다. 결과적으로 더욱 더 행복해진 그녀들의 모습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힐링의 메시지를 전한다.
정한은 4일 정도 서울을 떠나 있었다. 고향에 내려간 그는 카톡창으로 일상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4일의 마지막 날도 아닌 첫날. 나는 미치도록 애가 탔다. 문득 ‘보고싶다’ 이 한 마디를 찍어서 보내고 싶어졌다.
충동적으로 카톡창에 ‘보고 싶다.’ 라고 썼다가 ‘보고싶다, 보고싶어?’ 네 글자를 추가했다.
그리고 난 딱 이 여덟 글자를 부여잡고 밤을 샜다. 에스프레소를 한 잔 내려서 목 끝으로 따뜻함을 넘겼다. 맛은 씁쓸하면서도 달콤하고 향기로웠다. 이 맛은 분명, 그를 향한 그리움의 맛이었다.
나는 혼자 팔을 괴고 엎드려 휴대폰을 끊임없이 만지작거렸다. 전화가 하고 싶었다. 참았다. 보내지지 않은 여덟 글자 뒤의 깜빡이는 커서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마치 여기에 내 모든 우주가 들어가 있는 듯 집중하다가 깜빡이는 커서에 맞춰 따끔해진 눈을 함께 깜빡였다.
난…… 너무…… 눈물이 많다.
난 다시 정한에게 지려하고 있다. 다시 내 마음이 아려 오고 아파오는 진짜 사랑을 하려하고 있다. 이렇게 아픈데도 지금 정한을 그리워하는 것 말고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위층에 올라가 TV를 켜고 까르르 웃어대는 예능을 볼 수도 있고, 하루 끝 마무리 청소를 할 수도 있지만 팔을 괴고 엎드린 이 자세로 움직이기 싫었다.
어쩌다 손가락이 터치폰 위를 스쳐 메시지가 전송되어 버렸다. 온 몸에 솔기가 돋아나는 느낌에 뜨거운 숨으로 그리움을 뱉었다. 없어지지도 않는 자그마한 1의 숫자를 중심 삼아 나는 회전목마 같은 시간을 돌고 또 돌았다.
보고 싶다.
지금 니가 보고 싶다.
가슴이 너무 절절해. 내 마음이 너에게로 가.
너를 봤으면 좋겠어.
나는 다시 사랑에 지려 해. 그렇게 당해놓고 또 다시.
사랑은 아픈 건데. 통증을 삼키는 건데. 또. 또 다시.
둥둥둥 조여져 오는 가슴을 다시 견뎌내야 했다. 뻔하디 뻔한 상투적인 연애를 하다가 결국 누군가 한 명은 변해 버려 이별을 한다고 해도 나는 지금 너를 사랑하고 싶다.
4일 내내 그가 좋아한다는 김광석 노래를 듣다가 마침내 돌아오는 날이 되었다.
그를 남자친구라고 말할 수 없는 이 애매한 관계는 내 사랑을 담아내기에 부족하다. 나에겐 단 한 가지 확신이 들었다. 유리잔의 물처럼 찰랑이던 마음에 단단한 쇠구슬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난 지금, 그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러 갈 것이다.
버스를 타고. 내가 만든 커피를 들고. 진짜배기 진심을 안고.
오늘은 그의 살결에서 새끼 고양이같이 보송보송한 섬유 유연제 냄새 대신 남자답고 섹시한 비오템 옴므의 향이 흘렀다.
그와 쇼핑 센터를 걸어 다니는 내내 나는 통통 튀어 다녔다. 내가 밟고 있는 것은 땅이 아니다. 말하자면 트렘펄린처럼 탄력적인 반 허공?
쇼핑 센터에 깔린 타일마저 나를 탄탄하게 튕겨주는 기분이었다. 더 신나지는 기분에 계속 깡총거리며 눈높이를 맞췄다. 가끔 높이 뛰어오를 때면 그는 재빠르게 뽀뽀해주었다.
‘나의 오두방정과 깝마저 사랑해주길 바래.’ 팔에 힘을 주어 나를 포근하게 밀착시키는 그는 레알 황홀한 남자다.
투닥투닥 장난을 치며 유현과 내가 전자 기기 쇼핑몰을 지날 때였다. 노래방 기기가 새로 출시되었는지, 누구라도 노래를 부를 수 있게 세팅되어 있었다. 유현과 나는 발견하자마자 쪼르르 달려가서 이것저것 쿡쿡 찔러보았다.
빈이라면 매질, 곤장, 주리를 트는 삼종 세트 형벌을 내린다고 해도 안 된다 했겠지? 형인이라면 슈퍼스타 상금 5억 원을 일시불로 입금해준다고 해도 망설이겠지?
그와 나의 통통거리는 이 행복한 기분을 노래하지 않으면 뭘로 표현할 것인가. 몸에 절로 차오르는 흥의 기운을 춤이 아니면 뭘로 표출할 것인가.
그의 사랑에 대가는 없었고 이미 이 사랑이 현실이 아니길 바란 내게 쪽팔림이란 없었다. 그는 통통통 버튼을 누르고 마이크를 잡았다.
나는 간주에서 얼음이 되어 멈춰버렸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흘긋거리는 가운데 그는 노래를 시작했다.
“맨 처음 너를 보던 날, 수줍기만 하던 너의 맑은 미소도. 오늘이 지나면 가까워 질 거야. 매일 설레는 기대를 해.”
세상에 이렇게 감미로운 노래가 존재했단 말이야? 박신양도 꺼지고 다 꺼지라 그래. 저스트 내 남자가 짱이다!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게릴라 콘서트처럼 내 남자의 노래를 구경할 때, 나는 눈 앞에 아이돌 강림하신 듯 하염없이 정신을 놓았다.
“우리 서로 반말하는 사이가 되기를. 아직 조금 서투르고 어색한 데도. ‘고마워요’라는 말투대신 좀 더 친하게 말을 해줄래.”
여자가 원하는 충분한 사랑을 주고 그걸 모두 표현할 줄 아는 남자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판타지라고 생각했다. 사람들 다 지나 다니는 이 전자 기기 쇼핑몰에서 무겁고 진중한 발라드도 노래방 최신 곡도 아닌 풋풋한 마음을 표현하는 기타곡이라니.
나는 턱이 빠진 듯 입을 벌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내 두 눈을 바라보며 말을 해줄래, 널 사랑해”
노래가 끝나자 그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나에게 도망치자는 눈빛을 던졌다. 사람들 틈 사이를 헤집고 우리는 쇼핑몰의 바깥까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달렸다. 그의 손에 이끌려 뛰어가는 내내, 이런 운명을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왜 너는 지금 나타난 걸까. 내 머리 속에 개밥그릇 같은 인연론은 사라지고 신의 계시처럼 운명론만이 자리 잡았다.
‘이건 운명이다.’신의 한 수가 아니면 내게 이런 사랑이 찾아올 수는 없다. 거렁뱅이 같던 솔로의 기간, 난 이 감정에 목을 매 허덕이며 사랑을 갈구해 왔다.
이제는 정말 신에게 감사드리며 경배해야 할 때다. 찬송가도 아니고 기타곡에 없던 신앙심이 솟아오르다니 그는 여러모로 신비스러운 놈이다.
건물 외벽에 기댄 우리는 ‘빠하하~’ 하고 터지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우린 지금 사소한 일에도 까르르 웃고, 그 어떤 장난도 재미있고, 자꾸 서로를 보며 실실 웃는 웃음 바이러스 단계다.
그는 ‘얘를 어떡하지’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나를 끌어 안았다. 꼭 안고 있어도 한줌이라도 더 끌어다가 안고 싶어 어찌할 줄 모르겠다. 탄산 거품처럼 꽉 찬 아드레날린이 곧 폭발할 것 같았다.
'이런 시봉, 사랑해!' 마음 속에서 터져 나오는 꺅하는 비명 같은 이 말을 나는 숨이 막힐 듯한 웃음에 숨겼다.
우리는 칵테일 한 잔 하기 위해 도심의 호텔 야외 라운지 바에 갔다. 컬러풀한 칵테일 두 잔을 시키고 그를 말똥말똥, 깜빡깜빡 바라보았다. 야외 가든에서는 향긋한 풀 냄새가 났고 느긋한 바람이 불어 왔다.
이렇게 사랑하기 좋은 온도와 습도와 바람과 향기가 있을까. 이 곳 가든은 넓고 테이블도 듬성듬성해 직원들도 딱히 우리를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답가를 원해?" 나는 매혹적인 티켓을 가진 암표상처럼 은밀하게 물었다.
플랫 슈즈를 벗고 테이블 위로 올라섰다. 사람들이 흘긋거렸지만 좀 거리가 있었다. 네이버 뮤직으로 음악을 틀고 어깨와 무릎으로 박자를 튕겨 내가며 노래를 불렀다.
“믿을 수 없어. 처음 본 너를 만나 난 이렇게 묘한 느낌을. 지나간 행복한 기억처럼 멈춰 있을 때.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밍밍한 모습에 반한 나 정말 이상해.”
눈앞엔 그와 함께 있었던 수많은 장면들이 스쳐갔다. 처음으로 페북 신청을 받고 좋아하던 때, 처음 만난 카페에서 기다리던 때, 가로수길에서, 어느 지방 소도시에서, 프랜차이즈 피자 가게에서, 경희대에서,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그리고 오늘.
모두 다 소중한 기억이라 어느 것 하나 세월 앞에서 지워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싸그리 박제해서 ‘지유현 & 심지아 박물관’에 보관하고 싶었다. 이번엔 앉아서 다리를 튕겨가며 생글 생글 노래를 불렀다.
“너와 나 함,께, 있다는 건 갖고 싶다는 건 여기 여름 한 그늘처럼. 느,낌, 가득한 너를 위해 언제나 사랑 줄 테니”
노래가 끝나자 그는 나를 들어 무릎에 앉혔다. 낼 모레 비딩인데, 여기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니…… 나는 돌았다. 하지만 지금 이 공기는 온통 솜사탕이 되기 직전의 설탕 같았다. 그의 코끝과 혀끝은 이 세상 물질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만들어졌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떨리는 눈빛을 바라보았다. 유현은 나지막히 한마디 했다.
“딱 데려다 같이 살고 싶다.”
사랑, 여기는 공기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