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실종 시대. 우리가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때는 언제가 될까요? 출판사 방은 고민했습니다. 여행 관련 서적을 전문으로 출판하는 독립출판물 제작사로서 말이죠. 고민이 끝났고 이제 시작해보려 합니다.
모든 것은 방(room)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여행을 가지 못하는 시대. 우리는 방에 머뭅니다. 방에서의 생활, 곧 일상은 생각을 달리 하면 또 하나의 여행이 됩니다. 여기, 방(room)에서 시작된 재미있는 여행이 있습니다. 이 여행은 여행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詩)이기도 하면서 아니기도 하죠.
판단은 이 책을 두 손에 받아들 여러분의 몫입니다.
장담컨대, 단 하나는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재미있습니다.
출판사 방을 방구석에서 건져 올려 여행을 떠나게 만들어 준 천지혜 작가는 네이버 웹소설 『블러셔와 컨실러』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금혼령, 조선혼인금지령』, 『나의 수컷 강아지』, 『꽃미남을 빌려드립니다』, 그리고 최근작 『밀당의 요정』까지 연재하며 웹소설 계를 종횡무진하고 있습니다. 인기리에 연재를 마친 『금혼령, 조선혼인금지령』은 웹툰화 되어 네이버 금요 웹툰에 절찬 연재 중이며 곧 드라마화 될 예정입니다.
천지혜 작가가 출판사 방을 통해 한 번도 들려 주지 않았던 자신의 신혼 생활 이야기가 담긴 비밀스러운 방으로 초대합니다. 우리는 그녀의 방에서 생겨난 이야기를 따라 여행이 아닌 여행을 합니다. 시가 아닌 시를 읽습니다. 웃고 울고 즐거워하며 노여워하다가 여행을 마칩니다. 책을 덮습니다. 그것이 여행 실종 시대에 출판사 방과 천지혜 작가가 제안하는 대안적인 여행입니다. 소개합니다. 출판사 방과 천지혜 작가가 만나 선보이는 신작입니다. <이 詩국에 방구석 「신혼여행」>.
1. 티타임 / 2. 성기능 검사실 / 3. 다음 열차는 오이도, 오이도행 열차입니다 / 4. 제가 부끄러우실 거라고 했잖아요 / 5. 후레 며느리 / 6. 나의 며느라기 탈출 꿀팁 / 7. 남근석 / 8. 메기 / 9. 성추행범의 이름은 / 10. 작가의 하루 / 11. 양갱 / 12. 시를 쓰기 위한 명상 / 13. 가을 웜톤 / 14. 친구 차단 / 15. 법률적 가을
16. 혼인 서약서 / 17. 시모 꿈나무 (a.k.a. 아들은 비혼주의) / 18. 막장의 퍼즐 / 19. 다시 만난 날 / 20. 축시 / 21. 축의금 내역 / 22. 뱅크 샐러드 / 23. 구매 확정 / 24. 당근 마켓 / 25. 넷팡질팡 / 26. 장모님은 프로강탈러 / 27. 처제 / 28.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 / 29 . 개복 수술 / 30. 십년의 맹점 / 31. 털보네 돈까스 / 32. 힙지로 / 33. 어떤 당신은 / 34. 그릴 도하 / 35. 강원도 방팅의 추억 / 36. 장모님은 다중인격
37. 은하 / 38. 이든동물병원 / 39. 염두에 두세요 / 40. 따개비 / 41. 자가진단서 / 42. 허스크 파우더 / 43. 여백에게 / 44. 단념 / 45. 인스타 성지 / 46. 잇츠마이좝 / 47. 호캉스 / 48. 그래서 나는 여름이 되고 싶어 / 49. 열기구 / 50. Mercy / 51. 아니라 말했다
52. 눈치 챙겨 / 53. 이 시국에 혼여행 / 54. 트렁크 / 55. 부부싸움.ssul / 56. 이불 도둑 / 57. 비데 / 58. 음주 콘서트 / 59. 취중진담 / 60. 왁싱을 권하는 이유 / 61. 겨드랑이 제모 3회차 / 62. 방어선 (a.k.a. 미녹시딜) / 63. 젠가 노동요 / 64. 공인인증서 / 65. 너의 종목은 / 66. 사랑의 가족관계증명서 / 67. 노브랜드 초코 / 68. 신혼일기 / 69. 살림삶사람
뿌홟 뜨왋 뜨흙
환자분 팔 올리세요
선생님 마취가 안됐어요
이게 된 거예요
환자분 가만히 계세요
제 뜻대로 안돼요
웃음 참는 간호사의 안간힘
입술 깨문 선생님의 콧평수
시방 위험한 시술실
좀만 깎을게요
푸흐흐흡 뒤틀뒤틀
조금만 참으세요
저번에 아프셨어요
겨빵꾸 나는 줄 알았어요
빵빵빵빵빵
금방 끝납니다
마취가 안된 것 같아요
이게 된 거예요
간호사는 아직도 숨을 참고
민소매 가운에 랩 두르다 뇌관에 불붙인다
무럭무럭 양분 주어 키우다
배영 때문에
과격한 이별 선언에도 살아남은 질긴 생
괜찮아 6회차부턴 서비스니까
하이힐 감옥류
여죄수의 고문법
선택과목 같은 필수과목
얼마나 아픈지 니가 한번 빵꾸나 볼래
세봐라 이것들아
보아라 사람들아
남녀노소 함께 배영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이
가을 기운 가득 묻어나네요
가을이 참 좋습니다
가을 바람에 행복 가득 실어보내니
늘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환절기에 건강 관리 잘하시고
이 아름다운 계절 건강하게 보내세요
코스모스, 굴림체, 오색 그라데이션, 반짝이 효과
좋은 말만 있지만
하루 열 장씩 보내면
내 선택은 하나
브라질산 골반
혈류 막는 팬티끈
폭식하는 항문
빼내는 손가락
어쩌다 입어본 남편 팬티에
치미는 억울한 세월
남자들은 이 편한 걸
빤쮸라고 입고 다닌 거야?
기내용에서 이민용으로
생리대 광고 문구가 적합한
드디어 해방촌
천)
작년 가을쯤,
마음이 좀 힘들 때였어요.
‘시’라는 것에 관심이 가는데,
아무리 시를 읽어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는 거예요.
시가 뭔지 모르겠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그래도 시에 대해서 조금만 더 알아보자,
하고 창비 스쿨에 있는 ‘시쓰기 클래스’를 들어보았어요.
저는 그래도 꽤 글을 오래 썼었고, 시는 아니더라도.
내가 합평을 하면 이 주중에서 중간은 가겠지 했는데 중간이 아닌 거예요.
약간 끄트머리? 아니면 꼴찌?
제가 느끼기에는 수강생들이 시 세계가 다 좀 대단했던 것 같아요.
근데 내가 써간 시는 겨드랑이 제모 빵빵- 이런 거였거든요.
웹소설도 ‘코미디’의 요소가 많이 들어가고
드라마에서도 ‘코미디’의 요소가 빠질 수가 없는데,
좀 경건하고 진중해야 할 시에서도 나는 그 욕심을 버릴 수가 없었던 거죠.
거기서 좋은 시라고 함께 읽고 공부를 하는데도
뭐가 좋은 시인지, 왜 좋은 시인지,
이런 거에 대해서 명확히 설명할 수도 없고 뭔지도 모르겠는 거예요.
그리고, 요새 대세인 시인들, 그분들 시를 읽어서도 모르겠어요.
느낌이 잘 안와요.
그들의 시 세계가 나에겐 너무 거창해 보였고,
나는 일상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고,
또 그들이 가진 절망의 함량에 비하면 내가 가진 절망은 좀 작고 소소해 보였어요.
이상하게 사람은 불행도 비교를 하게 되죠.
나도 그때 나름 힘든 일이 있어서 힘든 마음에 대해서 썼는데,
시인들이 겪었던 것처럼 불행하고 힘들어 보이지가 않아.
‘슬픔이 없던 15초’라는 시를 봤을 땐, 15초 빼고는 다 슬픔이었던 거죠.
그 딥한 정서를 결국은 이해하지 못하고,
내면화시키지도 못했어요.
그리고 그 시 합평에서 받은 피드백이
제 머리 속에 딱딱하게 굳어지게 됩니다.
처음으로 쓴 시, 그리고 거기에서 선생님의 피드백 하나 하나가
내 모든 것을 좌우하게 되는 거죠.
그때 장점은 ‘필터링’이 없는 거라고 하셨어요.
일부러 더 다른 시인들이 쓰지 않는 장르에 대해서
썼던 것 같아요. 비데라든지, 탈모라든지, 응가라든지.
근데 이게 좀 더 있어 보이는 문장으로 탈바꿈되지 못하는 게,
내가 너무 실체적인 세계를 살고 있다, 추상적인 세계가 시가 되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매주 합평을 준비해가잖아요.
거기에 내기 위해 시를 쓰는데,
제가 주말에도 글을 쓰고 있는 거예요.
벌써 전업 작가가 된지 꽤 되었기 때문에 저는 주말에 글을 쓰지 않아요.
평일에서도 나인투식스, 야근 절대하지 않고 밤샘 절대 하지 않고
대신 꾸준하게 공무원처럼 쓰거든요.
제가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어요.
맨 처음 직장을 때려치고 소설을 쓸 때의 초심이 있을 거 아니에요.
밤낮없이 쓰던 그때의 초심.
그런데, 맨 처음 시를 쓰면서 그때의 초심을 되찾은 것 같았어요.
주말에도 쓰고 생각나는 대로 쓰고
일상의 작은 조각들로 시로 남기려고 하고
또 남편에게 읽어주고 느낌이 어떠냐고 물어보고.
정말 창작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꼈던 시간들, 이었던 것 같아요.
천) 저는 당시의 시 선생님에게 질문을 합니다.
제가 등단을 할 게 아닌데, 시를 왜 쓰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웹소설은 그래도 돈이 되는 시장이에요.
그런데, 시를 써서 돈을 벌겠다.
그게 목적이 아닌데, 내가 왜 시를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딱 봐도 알겠거든요.
내가 쓴 시들로 등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고,
그리고 또 이 시대에 ‘등단’이라는 의미가 그렇게 큰지도 모르겠어요.
기존 문단에서 이 친구는 ‘신인’으로서 굉장히 재능이 있는 친구야.
글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최초의 ‘인정’을 받는 거고,
문단에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걸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인으로 나갈 생각도 없었구요.
그리고 제 스스로 이유를 찾는데 두 시즌 이상의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일단, 제가 쓴 시들로 그렇게 칭찬을 들은 게 아니잖아요.
막, 환영받는 분위기가 아니란 건 나도 알아. 그 정도 눈치는 있어.
그냥 혼자 킥킥 대면서 즐거워하면서 쓴 시들이란 말이에요.
그 즐거움 자체가 의미가 있고,
나에게 초심을 되찾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이걸 깨닫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왜 글을 쓰는데 있어서 ‘나의 즐거움’이 배제되어야만 하는가.
배제되어 왔는가.
이건 상업작가로서 숙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내가 원하는 글을 쓰는가,
혹은 대중이 원하는 글을 쓰는가.
피디님이 원하는 글을 쓰는가.
편집자님이 원하는 글을 쓰는가.
나는 항상 두세네번째 방점을 찍고 글을 써왔거든요.
그리고 그들에게 통과되지 않으면
글이 완성되지도 않고 완성을 볼 수도 없고.
그러면서 이미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저 멀리에 가버린 거예요.
웹소설 시장 트렌드는 굉장히 빨리 변하고,
나 역시도 그 트렌드에 맞춰 빨리빨리 글을 써냈어야 했는데
나는 그러질 못했어요.
항상 내가 쓰고 싶은 글과, 편집자가 원하는 글 사이에서
갈등을 하면서 중간점을 못찾은 거죠.
그러면서도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었구요.
원래부터 제가 ‘개썅마이웨이’ 이런 느낌의 예술성이 없는 사람이기도 했어요.
이 전 직업도 ‘마케터’였고,
마케터란 사람은 대중이 원하는 이야기를 카피로 압축해서 말해주는 사람이잖아요.
니가 무엇을 듣고 싶으냐,
이 세상이 무슨 얘기를 원하는가,에 대해서 신경을 쓰다 보니까, 너무 내 세상이 없어.
그러다가 시에서 내가 쓰고 싶었던 소소한 일상 코미디를 썼더니
탄압 받았어요.
그럼 그때 쓴 글은 뭐가 된다?
노트북의 쿠키파일과 같은 존재감으로 폴더 구석에 찌그러져 있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날 그 시를 다시 읽어보았는데 웃긴 거예요.
기억력이 좋지가 않아서 그때 쓴 거들을 다 까먹었었는데
다시 보니까 재미있어. 현웃이 터졌어요.
왜 코미디란게 여러 번 보면 재미있지가 않잖아요.
그때는 그게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는데
그런 소소한 농담들도 재밌다, 가볍지만 읽을 만하다. 이렇게 된 거예요.
천)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사실 비슷한 일상을 살아요.
일상 생활에서 대단한 생각을 잘 안 하게 되고,
또 말초적인 재미들을 찾게 돼요.
공부하다가, 혹은 일하고 나면 힘드니까 집에 가면 퍼져있고,
또 그런 쳇바퀴같은 삶을 사는 게 비슷비슷하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그 일상들이 소중하지 않은가.
소중하지 않게 넘기기엔 너무 내 인생에서 긴 시간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 일상들을 조금 다른 눈으로
혹은 조금 다른 언어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이런 작업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게 어느 정도 사소한 일상이냐.
그냥, 한마디 한마디 자체가 시가 될 수 있을 정도거든요.
‘십년의 맹점’이라는 시를 보면,
제 사연은 아니고 함께 클래스에 참여했던 분이
실제로 겪었던 에피소드인데요.
그게 거기서 덜도 말고 더도 말고 그냥 시가 되었어요.
그 정도면 그냥 끄적인 거 아닌가, 싶은데.
다행히도, 이렇게 시집에 수록함으로서
나는 그분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또 공유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아주 짧지만 스토리가 있는 거니까.
그걸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시집이 묶인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천) 보시면 주제적으로 ‘신혼’에 대한 이야기가 많죠.
그건 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거고,
말씀대로 편집자님이 제안을 주신 거였어요.
처음엔 좀 다양한 이야기들이 섞여 있는 초고를 주었었는데,
이걸 ‘신혼’이라는 테마로 엮으면 어떠하겠느냐.
그 이후로, 신혼생활을 주제로 한 시를 많이 보강했고,
시집의 이야기의 전반적인 주제가 ‘신혼’으로 맞춰지게 되었습니다.
나의 삶은 굉장히 개인적이고 지엽적이지만,
그래도 제가 이 사회에서 뚝 떨어진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지금 시국에서의 분위기가 담겨있지 않나 싶어요.
젠가 노동요.
이런 거는 신혼집 마련에 대한 함의가 들어가 있고,
이 시국에 혼여행,
이것도 시기적인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고.
‘나의 며느라기 탈출 꿀팁’이나
‘후레 며느리’이런 건
제가 결혼하기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자아와
이에 대해서 적응하는 과정을 쓴 이야기거든요.
시부모님이 너무 좋으신 분이고, 저에게 잘해줌에도 불구하고,
나는 불편함을 느꼈었어요.
그거에 대해서 처음엔 더 막 노필터링으로 적어나갔어요.
그러다가 나중에는 이걸 반대로 시부모님이 읽었을 때 불편하겠다,
싶은 면이 있는 거예요.
조금 감정이 과했던 건 수정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를 쓰는 자아는 굉장히 솔직한 자아기 때문에
몇 개는 필터링 없이 들어간 것 같아요.
시아버님께 시가 너무 충격적이지 않냐, 라고 여쭤봤어요.
그러자 ‘제가 부끄러우실 거라고 했잖아요’라는 시에서 쓴 것처럼,
다 괜찮다, 좋다,
요즘 문물이 들어간 건 내가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좋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어머님 아버님 함께 모인 자리에서
제일 마지막에 있는 시 ‘살림삶사랑’에 대해서 낭독을 해드렸어요.
저는 읽으면서 좀 울컥했는데, 어머님은 어떤지 모르겠어요
어머님의 그 긴 세월에 대한 칭찬,을 시를 통해 말씀드릴 수 있었다면,
제 마음을 전달 드릴 수 있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가 편지의 역할을 해줄 수 있었다면요.
여기에 대해서 조금 더 말씀을 드리자면,
저 스스로가 ‘로맨틱 코미디’같은 삶을 꿈꾸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이게 요즘 시들에서 대세가 되는 분위기인가.
혹은 이런 캐릭터가 시인으로 어울리는가,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오랫동안 ‘로코’를 써왔고,
앞으로도 ‘로코’를 써올 거고,
‘로코’로 승부를 보겠다.
그러기 때문에 내 삶의 정서가 여기서 멀어지면 안되겠다, 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야기를 보는 사람이 사랑스러운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 감정을 목표로 글을 써왔기 때문에,
시에서도 그런 정서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나는 것 같아요.
이게 요새 시인의 캐릭터가 아니라고 해도,
혹은 시로 쓰기엔 오글거리도록 예쁜 말들이다, 라고 해도, 어떻게 해요.
이게 나의 가장 솔직한 정서인데.
그러나, 저에게도 부정적인 감정, 같은 게 있겠죠. 없을 수는 없겠죠.
그걸 또 글로 쓰면서 풀 때가 있단 말이에요.
그걸 써놓고도, 다시 시집에서 보니까 움찔해요.
음, 시간이 지나서 화가 풀린 거죠.
내가 이렇게까지 못된 단어를 쓸 필요가 있었던 걸까.
그리고 이런 안 좋은 감정들을 시로 박제해서 계속 품을 필요가 있던 걸까.
그렇게 움찔하게 되는 시가 ‘따개비’예요.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자아에 대한 강박?일 수도 있어요.
나는 항상 좋은 생각만 하는 사람이야.
그런데, 내가 이렇게 누군가를 욕하다니.
그래서 뺄까도 고민을 했었죠.
그런데 저의 가까운 친구는
제가 뒷담화하는 걸 워낙 싫어하니까,
혹여나 누군가의 뒷담화를 하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이게 어떻게 보면 착한 아이 콤플렉스일 수도 있고,
그런 강박에서 좀 벗어나서 아닌 건 아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태도를 갖추게 된걸
축하해 주더라구요.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을 담은 시도 넣었습니다.
아마 다른 시집들에 비하면, 아주 작은 비율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냥 읽으면 이유 없이 우울해지는 시집도 많거든요.
하지만 전체적인 정서, 분위기는
제가 신혼에서 느끼는 행복감들, 소소하지만 보석 같은 감정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라는 의도에서 쓰여졌구요.
또 이 시기가 가고 나면 또 안 올 수도 있잖아요.
신혼은 인생에서 한 번뿐이니까.
이 시기들을 잘 기록해보자,
하는 의도에서 쓰여진 것도 있습니다.
다시 봤을 땐, 너무 행복감을 다룬 시들은 저도 좀 오글거리기도 하구요.
아이, 뭐 또 이런 걸 이렇게 썼나, 남사스럽게, 싶기도 하지만
다시 봤을 때 그래도 웃고 넘길 수 있을 것 같아요.